오늘 폴 틸리히의 책 2권을 샀다. 한권은 오래전에 샀었는데, 이번에 두권을 더 샀다.
마누라가 알면 한잔소리를 들을 일이지만,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기 때문에 항상 담배값으로 책을 산다고 마누라를 설득한다.
그래도 잔소리는 날라 온다.
책은 가격이 있고, 나는피우지 않는 담배의 가격으로 대체를 하지만, 마누라는 그것으로 살수 있는 다른 물건으로 그 가격을 대체한다.
마누라의 잔소리는 책을 사는 날 한번으로 끝난다.
그것이 고맙다.
틸리히의 첫번째 설교집 "흔들리는 터전" 에 나오는 은혜에 대한 말을 써본다. 힘이 들때 가끔씩 읽으면 그래도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느낌이 든다.
"오히려 은혜는 우리가 큰 고통 속에서 쉼을 얻지 못할때 우리를 엄습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무의미하고 공허한 삶의 어두운 골짜기를 지날 때 우리를 엄습합니다. 그것은 우리가 사랑했던 혹을 그로부터 소외되었던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그와 우리사이의 분리가 보통이상으로 깊다고 느낄때 우리에게 덮쳐옵니다. 그것은 우리의 존재, 우리의 무관심, 우리의 약함, 우리의 적의, 그리고 우리의 방향과 평정의 상실에 대한 우리의 혐오감이 우리에게 견딜수 없는 것이 될때 우리를 엄습합니다. 그것은 해를 거듭해도 우리가 갈망했던 삶의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을때, 오래된 충동이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우리를 지배할때, 절망이 모든 기쁨과 용기를 파괴할때 우리를 엄습합니다.
때로 그런 순간 한 줄기 빛이 우리의 어둠을 꿰뚫고 들어 옵니다. 그리도 다음과 같은 말이 들여 오는듯 합니다.
[너는 용납되었다, 너보다 큰것에 의해 그리고 네가 그 이름을 알지 못하는 것에 의해 용납되었다. 지금은 그이름을 묻지마라. 아마도 훗날 너는 그이름을 알게 될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말라. 아마도 훗날 너는 많은 것을 하게 될것이다. 아무것도 구하지 말라. 아무것도 이행하려고 하지 말라. 아무것도 의도하지 말라. 그저 네가 용납되었다는 사실만 받아들이라! ]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우리는 은혜를 경험합니다. 그런 경험후에 우리는 전보다 더 훌륭하게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전보다 더 많이 믿게 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것이 변화 됩니다. 그 순간에 은혜는 죄를 정복합니다. 화해가 소외의 심연위로 다리를 놓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은 아무것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그것에 대한 수용 외에는 그 어떤 종교적, 도덕적, 혹은 지적 전제 조건도 요구되지 않습니다.
이런 은혜의 빛 안에서 우리는 다른 이들 및 우리 자신과의 관계에 있어서 은혜의 힘을 인식합니다. " - 흔들리는 터전, 폴 틸리히 -
틸리히의3대 설교집을 완비하셨네요. 축하드립니다.
답글삭제저도 아마추어 독서가이지만, 틸리히의 존재론에 입각한
실존주의신학에 매료된지 오랩니다.
그의 신학체계를 집대성한 조직신학을 다 읽기전에
설교집 3권을 차례대로, 즉 아버지-아들-성령님의 순서대로
내리시는 빛을 따라 가는것도 엄청난 은혜라 생각합니다.
이후 몇권의 신학계몽서와 긍극적으로는 그의 조직신학에
도전하는 것은 참으로 가치있는 독서경험이겠죠.
저역시 광화문교보문고에서 3권의 설교집을 구입하는건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엄청 주저되었지만,
마침내 구입하고 굉장한 희열에 찼었죠. 님도 아마
마눌님의 잔소리 그친후에 마찬가지의 기쁨을 누리셨을듯
합니다. 특히 님의 구입과정에 공감을 표시합니다. ㅋ
신학에 대해서 조예가 깊으신것 같네요.
삭제저는 신학에 대해서는 조금 무지합니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는데, 책값이 너무 비싸서 요즈음은 도서관에서 주로 빌려 읽고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릴수 있는 책의 폭이 조금더 전문서적까지 구비되어 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실존주의 심리분석에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야에 관련된 책을 구하기가 어렵고해서...
개인적인 욕심이죠. 이런걸 볼사람도 별로 없는데..